지난 주 베가스 출장을 마치고 귀국행 12시간 40분의 비행길에 올랐었다.
언제부터인지 비행이 싫어졌다. 예전에는 정말 3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 소소한 면세쇼핑도 하고, 라운지에서 나름대로의 여행 기분을 만끽했던 게 어제같은데..언제인지부터 그런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이전 회사 때부터 그런 것 같다. 우연히도 마흔을 막 넘기기 시작하면서인데, 빨빨거리며 공항을 휘젓고 다니던 젊은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밤이다. 그래도 출국 전 제휴신공으로 온라인 면세에서 두가지 아이템을 겟할 수 있었다. :-)
하나는 몰튼 브라운 핸드워시고, 하나는 에스티 로더의 베스트셀러인 ‘갈색병’ 되시겠다. 할인 폭이 크지 않았으면 스킵하려 했는데, 꽤 괜찮은 할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몰튼은 크게 호불호가 없는 향이라 지금까지 만족하며 사용 중이고, 갈색병은 사실 어렸을 적부터 써볼까 싶었는데 왠지 피부에 돈을 아끼지 않는 아줌마? 전용 상품인 듯한 이미지에 선뜻 구매할 생각조차 없었던 리페어 세럼이다. 할인에 영혼을 내어주고 한번 써보자란 심정으로 구매했다. 생각보다 사이즈 커서 놀랐다. 게다가 1+1 이라니! *_* 베가스 도착 후 개봉하여 지금까지 일주일 넘게 사용 중인데..결론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드라마틱한 피부톤의 변화는 아니지만, 몬가 나아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해주는 변화는 보이는 것 같다. 매일 저녁은 세안 + 토너 + 갈색병 + 크림 으로 마무리 중이시다. ( 뷰티 블로그가 아닌데...)
아쉽게도 이번에 가져간 아이패드는 단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고, 내 어깨의 피로도 및 반드시 사용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포장된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바보같은 결정에 대한 후회만 남겼다. 단 4일간의 출장이여서 그런지 정말 조용한 베가스 여정이였다. 처음으로 아무런 개인 시간을 갖지 않고 공식 일정만 소화하고 온 첫 미국 출장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회사 동료들은 이벤트 앞뒤로 휴가를 붙혀서 골프나 겜블, 쇼핑 등을 즐기기 바쁜데… 난 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대부분 나보다 연장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열정은 대단해 보였다. 놀기라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던 나였는데...아직 회사에 적응을 못한건가? @.@
베가스 첫날밤 @Wynn
기분 탓 인지는 모르겠으나, 잠시 걸었던 거리의 열기도 예전만 못한 듯 했다. 그때는 정말 거리 자체가 축제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지금은 꽤나 한적한 모습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시차 적응은 첫날밤부터 대략 실패였다. 새벽 5시즘 더 이상 누워있는 게 의미 없겠다고 판단한 뒤 24시간 카페로 나가 책을 펼쳤다. (이 카페 은근 나쁘지않아서 매일 갔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완독하리라 맘먹고 가져왔으나, (역시나) 3일간 딱 첫 날 하루만 한 시간 남짓 읽은 게 전부다. 나중에 완독 후 서평을 써봐도 좋을 만큼의 양서임은 틀림없다.
정말 이렇게까지 사람이 느끼는 감정(특히나 사랑)을 심리학,철학,역사학적 관점으로 가슴에 와닿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사람은 왜 불안해 하는가? 그냥 인간이기에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호르몬에 의한 화학적 기전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면 그만일까?
짧은 한 시간의 남짓동안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람의 심리 및 불안에 대한 감정을 조금은 전문적인 그리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토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다시금 작가의 필력에 놀랐고, 관점과 해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읽어야 할 분량이 많지만, 지인들에게 선물해 줘도 너무 좋을 책이란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출장의 목표였던 미국의 대형 서점은 결국 가보지 못했으나, 돌아와서 보니 굳이 미국잡지를 사기 위해 미국 내 서점을 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는데..그 이유는 바로 코엑스 내 ‘별 마당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셀수도 없이 지나다니던 그 곳이었는데..왜 그곳이 외국 잡지의 천국이었단 사실을 돌아오고 나서 응커피를 가던 길에 새삼 발견하게 되었을까? 정말 등잔 밑이 어둡다. 심지어 교보문고까지 가서 몇몇 잡지들을 구매하기까지 했는데..흑 내돈!
어찌하다보니 돌아온지 2주도 안되어 다시 낼 모레 방콕 행이다. 출장아닌 출장으로 가는 2박의 짧은 여정이라 큰 부담은 없지만 그렇다고 개인 일정을 연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아... 방콕인데...)
습하고도 더운 기운 한번 느끼고 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안전하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오길 바래본다.
-2024.03.04 돈데크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