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블로그에서도 얘기했듯이, 아직 뚜렷한 목표와 방법이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 유일한 희망은 ‘책’이다.
사전적 의미의 퇴직이 아닌, 준비된 퇴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을 느낀다.
퇴직을 준비한다는 건,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데..사실상 직장인이 매일같이 8-9시간씩 근무하며 다른 일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나도 예전에는 출근하기 전에 매일같이 강남역에 있던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적도 있었는데, 그때의 열정이 그립기도 하다. (그 당시 지하철을 타며 한창 즐겨듣던 노래는 GOD의 ‘길’ 이었다.)
게다가 배움이 아닌 퇴직을 위한 준비는 그 ‘결’도 ‘무게감’도 다를 것이다.
어떠한 준비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책장을 뒤지던 중 하나의 제목이 눈에 꽂혔다.( 사놓고 안읽은 책들이 많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유명한 강연가이자 작가인 Tim Ferriss가 지은 베스트셀러다. 사실 출간된지 꽤 오래된 책이다. 특히나 원문으로는.
정말 사놓고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던 책이라서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는데, 서문만 보고 정말 완전 빠져들었다. 단언컨데, 최근 1년동안 읽은 책 중 One top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에서 적용이 가능한 부분일까? 하는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들도 없지 않았지만, 내 상황에서는 어느정도는 적용 가능한 작가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좋았다.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는 제목 그대로 4시간을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중요한 건 하루 4시간이 아닌 일주일에 4시간이다.
일주일에 4시간이라니! 빌딩 소유주 정도는 되야 가능한거 아닌가?란 생각이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그리고 전략적인 방향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혁신이 가능하게끔 만들어 주는, 그가 생각하는 ’뉴리치(New Rich)’가 되기위한 구체적인 4가지 단계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DEAL’ 이다.
D(Definition) : 뉴리치는 누구인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의 기본원리. 성공에 대한 재정의
E(Elimination) : 시간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
A(Automation) : 자동화. 말그대로 자동으로 수입이 이루어지는 시스템 만들기
L(Liberation) : 뉴리치를 위한 기동성 선언문. 미니 은퇴, 여행을 통한 해방
사실 여기까지도 흥미롭지만 나와는 좀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을거란 생각이 지배적이긴 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Definition : 뉴리치는 열심히 벌어서 많이 버는 절대적인 부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고 1년에 5억을 버는 기업 금융가보다는 그것의 4분의 1만큼 일하면서 4천만원을 벌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것인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뉴리치 직장인이 낫다는 의미다. 결국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성공을 재정의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규칙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뉴리치를 위한 10가지 전제 규칙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상대적 소득이 절대적 소득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다. 내 꿈대로 사는 데 필요한 만큼 있다고 가정할 때, 상대적 소득은 뉴리치에게 진정한 부의 척도가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꿈 시간표’ 작성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이는 당장 6개월 혹은 12개월 안에 내가 갖고 싶은것, 되고 싶은것,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대략적으로 산정해 본 뒤, 월별/일별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하여 지금 당장 할일과 이후에 할일을 정의하는 ‘꿈 정의 및 실행 계획표’라 할 수 있겠다. 이 실행 계획표는 ‘www.fourhourworkweek..com’ 에서 출력하거나 구글링만 해봐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보고 방에도 출력해서 붙혀놨는데, 내 현실적인 생활비를 포함하여 지금의 수익보다 매일 30만원은 더 벌어야 하는 결론이 나왔다. 큰일이다!
2. Elimination : 단순함이 답이다. 매일같이 더 일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1단계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하고싶은 되기를 원하는 꿈을 찾았으니,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기 위한 ‘시간’을 만들면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파레토의 법칙을 기억하는가?
A. 내 문제와 불행의 80%를 일으키는 20%의 원인은 무엇인가?
B. 내가 원하는 수입과 행복의 80%를 창출하는 20%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과 연관지어서 스스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을 하고 의미없는 것들은 제거해야 한다. 뉴리치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위한 일’은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많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직장인들은 ‘나인 투 파이브’라는 임의로 만들어진, 양에 의한 측정 결과 방식(=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의 시스템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도 이와 관련한 많은 비슷한 경험들을 해왔다. 중요한 고객과의 미팅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5일이건 10일이건 자료의 결과가 엄청나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10일의 시간이 주어진 경우 오히려 불필요하게 쓰이는 시간들이 더 많은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A. 근무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중요한 일로만 업무를 제한하라
B. 중요한 일로만 업무를 제한하기 위해서 근무 시간을 줄여라.
저자는 하루에 반드시 해야할 일을 딱 2가지만 정해서 그것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본인의 하루일과 중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잡무? 들은 과감히 제거해야 함을 강조한다.
3. Automation : 자동화된 돈벌이 수단 만들기. 이 영역에서는 크게 본인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방법과 수입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영역 2가지로 나뉜다. 물론 하루를 엄청나게 바쁘게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는 메일 회신, 경비 처리 등에 대한 외부 자동화 서비스(예, 개인 비서 서비스 등)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직장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긴 했다. 다만 ‘수입 자동화 시스템’은 그 누구라도 흥미를 갖을 만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타이틀처럼 자동화된 수익창출은 본인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몇 가지 예시와 함께 저자가 제시한 제품을 개발하는 법을 몇 단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A. 접근하기 좋은 틈새시장을 골라라 : 제품을 개발하고나서 그것을 팔 사람을 찾지 말고, 시장을 찾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틈새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해 볼 질문들을 던진다.
i) 당신은 어떤 사회 집단, 산업 집단, 직업 집단에 속해 있거나 속한 적이 있거나 아무튼 그 세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ii) 당신이 찾아낸 그 집단 중에서 어떤 집단이 그들만의 잡지를 가지고 있는가?
B. 제품을 먼저 브레인스토밍해라 : 당신이 가장 잘 아는 두 분야의 시장을 골라라. 단, 그 시장은 전문 잡지를 끼고 있어야 하고, 잡지 전면 광고 비용이 5천달러를 넘지 않아야 하며, 독자 수는 적어도 1만5천명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의 목표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조건에 맞는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에 더해 생산 제품이 자동화 구조에 꼭 들어맞을 수 있도록 해 줄 몇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i) 제품의 주요 장점은 한 문장으로 요약 될 수 있어야 한다.
ii) 고객이 지불하는 제품 비용은 5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여야 한다.
iii) 생산기간이 3주에서 4주 이상 걸려서는 안된다.
iiii) 온라인 FAQ로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
C. 사전에 제품을 마이크로 테스트하라 : 마이크로 테스트는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그것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저렴한 광고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예시들은 온라인 상에서 구글의 광고를 통해 사용자 반응을 살펴보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펀딩이나 여러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프로토타입에 대한 부분을 사전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결국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무엇이냐에 따라 마이크로 테스트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을 것 같다.
4. Liberation : 원할 때 일하고, 살고 싶은 곳에 산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 아닌가? 이것이 사실상 가능해지려면 특히나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이루어야할 환경은 바로 ‘원격근무’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정말 다행히? 난 아직까지 주 3-4회 정도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다.) 원격 근무 혹은 재택근무가 반드시 개인의 입장에서 또는 조직의 입장에서 더 나은 근무환경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반드시 이루어야 할 환경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싶다. 책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회사와 원격근무를 어떻게 제안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팁도 상세히 적혀 있긴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나 쉽게 적용할 수 있진 못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 하지만, 100%는 아니라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 형태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와함께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있는 건 바로 ‘미니 은퇴’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30-40년 뒤 은퇴 후 무엇을 하겠다라는 불확실한 먼 미래의 꿈이 아닌 소소하게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은퇴, 여행 등을 꿈꾸며 인생을 즐기라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우리의 환경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길게는 몇 개월 전부터 휴가 승인을 받고, 그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현실이지만.
변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것은 없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바라면서, 일주일에 4시간을 일하며 삶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을 그려보자. 그리고 이 책에서 제안하고 조언하고 있는 다양한 툴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도 이미 6개월의 ‘꿈 시간표’를 작성해서 출력했고, 최종적으로 수정 후에 또 다시 방의 한 켠에 붙혀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로 자동화 뮤즈를 만들어 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기막힌 아이디어를 얻긴 힘들겠지만, 분명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길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나도 언젠가는 4시간만 일하겠다.
-2024.02.18 돈데크맨